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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 한 끼의 권리 — 대전 대안교육 지원, 이제는 시(市) 차원으로 대전자유발도르프학교가 급식비 지원을 받기까지는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선배 학부모들이 수년에 걸쳐 행정과 지역사회에 문을 두드렸고, 한국발도르프학교연합 대외협력위원회와의 연대가 힘을 보탰다. 2023년, 유성구 조례 개정을 이끌어내며 대전에서 유일하게 급식비 지원을 받지 못하던 대안교육기관의 오랜 공백이 작게나마 채워졌다. 학부모들은 안도의 한숨이 쉬면서도 그 안도는 곧 씁쓸함과 뒤섞였다. 조례가 만들어진 것은 유성구 하나뿐이고, 대전의 나머지 네 개 구는 여전히 그 바깥에 있기 때문이다. 대전은 다섯 개 구로 이루어진 광역시다. 그 중 유성구에만 대안교육기관 급식비 지원 근거가 생겼을 뿐, 동구·중구·서구·대덕구에는 아직 이에 상응하는 조례가 없다. 아이가 어느 구에 있는 학교에 다니느냐에 따라 점심.. 2026. 3. 18.
속도 앞에서,글을 쓴다는 것 에세이 · Essay속도 앞에서,글을 쓴다는 것On Writing Against the Current of Speed ✦ 모든 것이 흘러간다우리는 지금 속도의 시대에 살고 있다. 아침에 눈을 뜨면 알림이 쌓여 있고, 스크롤을 내리면 세상이 이미 몇 바퀴쯤 돌아가 있다. 어제의 뉴스는 오늘의 쓰레기가 되고, 어제의 감동은 오늘의 망각이 된다. 우리는 빠르게 소비하고, 빠르게 잊고, 빠르게 다음으로 넘어간다.속도는 나쁜 것이 아니다. 빠름 덕분에 우리는 더 많은 것을 경험하고, 더 넓은 세계와 연결된다. 문제는 속도 그 자체가 아니라, 속도에 지배당할 때다. 멈추지 못하고, 느끼지 못하고, 남기지 못할 때. 삶이 그저 흘러가는 것들의 연속이 될 때.글은 시간을 붙잡는 행위다. 흘러가버릴 순간에 못을 박아, .. 2026. 3. 6.
《오늘 WORKS》-<초침> 청년은 공무원 시험장을 나오며 휴대폰으로 알바 공고를 훑었다. 시험 문제보다 시급과 근무 시간이 더 또렷해지던 날 이후, 그는 인생을 길게 보지 않기로 했다. 길게 본다는 건 결국 남의 계획에 내가 들어가는 일이라고 그는 생각했다. 그는 “주 5일”이라는 말을 싫어했다. 주 5일은 삶이 아니라 배치였다. 그는 배치당하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스스로 배치하기로 했다. 이건 자유가 아니라 자가관리다. 자유가 자가관리로 바뀌는 순간, 사람은 스스로의 상사가 된다. 상사가 된 사람은 쉬지 못한다.오늘 WORKS 첫날, 그는 들어오자마자 시계를 봤다. 습관이었다. 회사원은 회사에서 시간을 배우고, 회사 밖에서도 시간을 지킨다. 시간을 지키는 게 아니라 시간이 사람을 지킨다고 착각하며. 사장은 그를 보고 말했다. .. 2026. 2. 19.
《오늘 WORKS》-간판을 정하는 법 2. 〈간판을 정하는 법〉작업장은 원래 철물점 창고였다. 문을 열면 쇠 냄새가 먼저 났고 바닥에는 오래된 볼트 자국이 남아 있었다. 볼트 자국은 지워지지 않는다. 인생도 그렇고. 무엇을 오래 박아두면 흔적이 남는다. 회사는 사람을 박아두고 퇴직금을 흔적으로 남긴다.권리금도 없고 보증금도 크지 않았다. 그는 그 점이 마음에 들었다. 잃을 게 없다는 뜻이었으니까.사람이 잃을 게 없을 때 가장 큰 결단을 한다. 혹은 가장 무모한 결단을 한다. 둘은 늘 종이 한 장 차이다. 그 종이 한 장은 대개 계약서다.그는 화이트보드를 세웠다. 이건 회사에서 배운 버릇이었다. 화이트보드가 있으면 뭔가가 ‘진행’되는 느낌이 든다. 진행이라는 단어는 늘 우리를 속인다. 진행은 앞으로 가는 것 같지만, 대개는 제자리에서 돌아가는.. 2026. 2. 12.
《오늘 WORKS》 -명함 퇴직 전날, 그는 평소보다 조금 일찍 집을 나섰다.아내는 이미 일어나 있었고 아이는 아직 자고 있었다. 주방 불빛이 새벽을 이기고 있는 동안 그는 조용히 양말을 골라 신었다. 양말이야말로 회사가 요구하는 인간의 최소 단위라는 듯, 짝이 맞아야 했다.현관 앞에서 아내가 말했다.“오늘은 좀 일찍이네.”“정리할 게 있어서.”“무슨 정리.”그는 대답 대신 가방을 들어 보였다. 가방이 가볍다는 걸 보여 주면, 마음도 가벼워질 줄 알았다. 물론 가방은 가볍고 마음은 무거운 쪽으로만 늘 움직인다. 그걸 회사에서 배웠다.회사 건물은 늘 그 자리에 있었지만, 그날은 처음 보는 곳처럼 느껴졌다. 익숙한 간판이 낯설게 보일 때가 있다. 간판이 낯선 게 아니라 내가 낯선 건데, 사람은 대개 간판 탓을 한다.엘리베이터 안에서 .. 2026. 2. 10.
🤖 AI 시대, 왜 인지학 기반 발도르프 교육이 미래 인재의 해답인가? — 인간성을 지키는 교육의 혁명적 대안🧠 서론: AI가 모든 것을 대체하는 시대, 교육은 무엇을 지켜야 하는가?2025년 현재, 우리는 이미 AI가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고, 진단을 내리는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ChatGPT, Midjourney, 자율주행, 로봇교사까지 등장하면서 많은 사람들이 묻습니다.“이제 인간은 무엇을 잘해야 할까?”“아이들은 무엇을 배워야 살아남을까?”이 질문 앞에서 기존의 성취 중심, 지식 주입형 교육은 근본적인 한계에 봉착했습니다.이제 교육의 질문은 바뀌어야 합니다.❗ “무엇을 더 빨리, 더 많이 아는가?”가 아니라❗ “어떤 인간으로 성장하는가?”이 지점에서 다시 주목받고 있는 것이 바로인지학(Anthroposophy)에 기반한 발도르프 교육(Waldorf Educatio.. 2026. 1. 28.